식생활과 수명은 상관이 없을까?
영국에 머물던 시절이 있었어요
20년도 훨씬 전에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에 가서 약 3년 정도 체류했어요.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그때 경험했던 문화적인 차이들은
지금도 문득문득 떠오르곤 해요.
그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건
영국 사람들의 식생활 방식이에요.
한국에서의 식사는 ‘정성’이 기본이었어요
한국에서 식사를 준비한다는 건
재료를 사는 것부터 시작해서
씻고, 다듬고, 썰고, 끓이고 볶는 과정까지 포함돼 있었어요.
어떤 날은 요리 하나에 몇 시간이 걸리기도 했지만,
그런 수고는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어요.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이 몸에도 좋고
가족을 위한 마음이라고 자연스럽게 배워왔거든요.
그래서 저는
먹는 것이, 식생활이
사람의 건강과 수명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믿어왔어요.
영국에서는 요리를 거의 하지 않더라고요
영국에 가서 가장 신기했던 점은
생각보다 집에서 요리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었어요.
마트에 가면 정말 다양한 레디메이드 푸드가 있었어요.
냉동식품, 오븐용 음식,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되는 식사들이
한 코너가 아니라 여러 줄로 진열돼 있었어요.
그 나라 사람들은
그런 음식을 사다가
자기 집 오븐이나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워 먹으면
그걸로 식사가 끝이었어요.
요리를 하지 않는 것이
특별하거나 이상한 일이 아니었고,
그냥 아주 자연스러운 생활 방식처럼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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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놀라웠던 건 노인들이었어요
더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던 장면은
어디를 가든 노인들이 참 많이 보인다는 점이었어요.
그분들도 평생 그런 레디메이드 푸드를 먹고 살아온 것처럼 보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 수명은 꽤 길어 보였어요.
체감상으로는 한국보다 더 오래 사는 느낌이 들었어요.
한국 사람들은 비교적 손수 만든 음식을 먹고 살아왔는데,
오히려 영국 사람들보다 더 일찍 세상을 떠나는 경우도
많아 보였거든요.
물론 단순한 비교일 수 있고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지만,
그 장면은 오래 마음에 남았어요.
먹는 것이 수명을 좌우한다는 생각이 흔들렸어요
저는 늘
잘 먹는 것이 중요하고,
정성 들인 식사가 건강의 기본이라고 생각해왔어요.
하지만 영국에서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요리를 거의 하지 않아도,
인스턴트에 가까운 식사를 해도
사람은 충분히 오래 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요.
지금도 가끔 떠오르는 아이러니한 기억이에요
이 글은
어느 나라의 식생활이 더 옳다는 이야기도 아니고,
무엇이 더 건강하다는 결론을 내리려는 글도 아니에요.
다만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믿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
그런 질문이 20여 년 전 영국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예요.
그래서 지금도 가끔 떠올려요.
참 신기하고도 아이러니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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